인왕제색도
어느 날은 찬란했다가도 일순간 아련해지는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의 표정
풍경에 무엇이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일까요?
서울을 품은 어머니의 산 인왕산
인왕산은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습니다.
서울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그곳에서 말입니다.
조선 도성의 중심 역시 인왕산이었고
그 산자락에는 ‘조선의 화성(畫聖)‘ 겸재 정선이 살았죠.
일흔 여섯의 어느 날 노화가의 눈에 비친 뜻밖의 풍경
긴 장마 끝에 조우한 물기 머금은 인왕산
그 풍경은 조선 최고의 진경선수화로 재탄생 합니다.
검은 빛의 강한 붓터치로 포착해낸 삼라만상은 기운생동(氣韻生動)하고
미처 흐르지 못한 물은 폭포수가 되어 흐릅니다.
시련을 딛고 다시 생명력이 솟구치는 인왕산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거장의 안목
비에 젖은 바위의 중량감은 짙은 먹을 겹칠 해서 표현하고
나무와 운문은 섬세한 필지와 변화무쌍한 묵법으로 표현했습니다.
신묘한 경지에 도달한 겸재의 기량이 극대화된 걸작
이것이 바로 인왕제색도입니다.
그러나 진경이란 재주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비밀은 화폭에 단정한 집 한 채 이병연의 집에 있습니다.
겸재정선의 40여년지기 4,200년
시를 쓰면 그림으로 답하고 그림으로 물으면 시로 응하는 마음의 벗이었죠.
비 개인 후 생명이 약동하는 인왕산처럼
법도 그러하기를
뚝뚝 떨어지는 애통한 그리고 툭툭 털고 일어나기 바라는 간절함.
겸재의 마음은 풍경의 감동을 완성합니다.
인왕산 그 산의 풍경은 오늘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풍경은 진경이 아닙니다.
이 풍경에 어떤 마음을 더하고 무슨 의미를 다믕ㄹ 것인가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발견한 찰나의 진심
우리만의 시각으로 찾은 우리의 진경 ‘인왕제색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