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요. '차 한 대'에서 시작된 이 불, 왜 이렇게 큰 피해로 이어졌을까요?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차량이 오가면서 나는 소음이나 먼지가 밖으로 나가는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방음 터널.
길이 800여 미터의 이 터널은 경기도 과천을 가로지르는 제2경인고속도로 양방향 모두를 덮고 있는데요.
어제 오후 1시 50분쯤 이 방음터널에서 불이 났습니다.
두 시간 여 만에 불은 모두 껐지만 터널이 반 이상 타면서 재난 현장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도로 위를 뒤덮은 새빨간 불길.
그 사이로 검은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는데요.
시뻘건 화염이 화물차를 삼켰습니다.
["어떡해 무서워, 무슨 일이야."]
뒤따르던 차들은 속도를 줄이고 아슬아슬하게 화재 차량을 지나칩니다.
[김상희/현장 목격자 : "갑자기 급정거하면서 앞에 차들이 비상 깜빡이를 켜고 가더라고요. '어, 무슨 일이지' 하면서 지나가는데 불길이 나고 있었고…."]
불은 방음 터널 구조물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돼, 반대편 차로까지 번졌습니다.
차량 여러 대가 불길에 휩싸였고, 눈 앞에서 상황을 목격한 운전자들은 깜빡이만 켠 채 얼어붙었는데요.
터널 밖으로도 거대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어머 어떡해. 어휴."]
터널 안에서 화염이 목격되자, 진입하려던 차들은 급하게 방향을 돌렸습니다.
[신현자/현장 목격자 : "사람들이 막 입을 틀어막고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뒤에선 차가 계속 앞으로 왔고, 비상등 켜고 후진을 했거든요. 꽉 막혀가지고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탈출하려는 차들과, 미처 상황을 모르고 진입하려는 차들이 뒤엉켰고, 유턴과 역주행하는 차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신현자/현장 목격자 : "그 반대 방향으로 차가 꽉 밀려 있으니까. 거기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역주행해서 올라오는 길로 막 도망 오다시피 내려왔죠."]
차를 버리고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운전자들도 있었습니다.
터널 안에 고립돼 불탄 차량은 모두 44대.
안타깝게도 차량 넉 대에서 사망자 5명이 나왔고 30여 명이 다쳤습니다.
이렇게 큰 피해가 난 건 터널 구간이 긴데다 당시 통행량도 많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에 터널 좌우가 막혀있고, 높은 곳에 건설된 고가도로여서 피해는 더 컸습니다.
특히 방음 터널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는데요.
플라스틱은 화재에 취약해 불에 잘 타고 유독가스와 연기가 심하게 발생합니다.
[박재성/숭실사이버대학 소방방재학과 교수 : "플라스틱 계열의 방음판으로 되어 있습니다. 충격성이나 흡음성은 좋은데 화재에 대한 저항 성능이 전혀 없어요."]
소방법상 방음터널은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소화전 등 소방 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고, 스프링클러 역시 설치되지 않는데요.
국토부는 터널 건설 시 '방음' 기능만 점검할 뿐, '방염, 방재' 기준도 없고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작년에도 경기도 수원의 고가차도에 불이 나 방음터널 500미터 중 200미터가 불탔습니다.
전국적으로 방음 터널은 국도와 고속도로만 따져도 48곳에 설치돼 있고, 대부분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는데요.
전문가들은 방음터널이 일반 터널보다 화재 위험성이 적지 않다며, 선진국처럼 방음터널을 건설할 때 불연 소재를 사용하는 등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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